그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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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2-03 오후 12:43:38 | 조회수 | 2977 | |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야마모토 겐조/봄봄
내가 야마모토 겐조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건 봄봄 출판사에서 나온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라는 작품을 통해서 였다. 일본그림책 화가인 이세히데코 작품을 골라서 보던 중이었다. 이세 히데코의 그림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약이 있다. 설레면서도 아프다. 그래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의 영역인가보다. 나는 기쁨으로 가득차 있을때보다 조금의 우울함이 섞여있는 기쁨이 좋다 그럴 때 내 감정이 가장 안정적인걸 느낀다. 이세히데코의 그림은 맑은 물속을 걷는것 같으면서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이 한껏 숨어있어 혼자 즐기기에 딱 좋다. 때로는 멈추어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넘겨서 다시 보기도 하고 글보다 그림에 빠지게 되는게 그녀의 그림책의 매력이다. 그녀의 그림책을 읽으면 큰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가, 첼로 켜는 여인이 되고 싶다가 , 세상을 여행하는 방랑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이세 히데코가 그리고 야마모토 겐조가 쓴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다] 도 그녀의 그림이 이끈 만남이었다. 이세히데코의 그리움보다 더 짙은 감정의 그리움이 배어 있는 책....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숙모집에서 살게 된 외톨이 소년과 세발 강아지의 소중한 만남 세상이 차갑게만 느껴졌던 소년에게 세발 강아지의 존재는 힘이고 울타리였다. 한참전에 읽은 이야기라 세세히 떠 오르지는 않지만 작가의 시선이 따듯했던 기억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었다. 이 작가의 시선이 궁금해 졌고, 이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과정에서 만난 책이 [바그다드의 모모 ]다.
1960년 동경에서 태어나 법학을 공부한 야마모토 겐조는 NHK 방송국 기자로서 일을 했다. 이 이야기를 썻을 당시 이라크는 본격적인 전쟁이 막 시작 되려고 할 즈음이었다고 한다. 무겁고 숨이 막혀 오는 분위기 때문에 며칠간 머리가 멍한 공황상태에 빠져 버리기도 하고 잠깐씩 정신이 또렷해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나타났었는데 그 시기에 쓴 이야기이란다. 동화를 써 보자는 의도가 있었던것은 아니고 기자로서 이방인으로서 전쟁에 대한 느낌을 단지 누군가에게 전해 주고 싶었던 것뿐이던것 같다고 역자의 후기에 나와 있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라크의 바그다드이다. 떠돌이 검은고양이 모모와 전쟁으로 인해 온 가족을 잃어버린 소녀 모모를 통하여 전쟁의 비참함과 황망함과 부질없음과 아픔을 애절하게 그려내고있다.
테어나자 마자 버려진 검은 고양이 모모의 시선으로 본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모습이 책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꽉 찌른다 모모의 어린 동생 바비가 세상에 거는 희망과 순수함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거린다. 전쟁은 떠돌이 고양이 모모의 날카로운 지적도 어린 소년의 세상을 향한 희망도 코끼리를 보고 싶다는 막내 바비의 간절한 바램도 토마토밭을 잘 까꾸고 싶다던 엄마의 꿈도 축구만 하며 살고 싶다던 오빠의 희망도 아빠와 언니마저 순서없이 앗아가 버린다. 납득 할 수 있는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코끼리가 보고 싶은 비비는 코끼리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코끼리는 거의울지 않지만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커다란 눈망울을 흘리면서 엉엉 운대" "코끼리는 무엇인가를 좋아하게 되면 너무 좋아해 버려서, 자기 몸이 크다는것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을 마구 뭉개 버린대 불쌍하지?" 그러자 떠돌이 고양이 모모가 이렇게 대답한다. "너무 크거나 너무 강하면 좋을게 없지" -본문P23-
전쟁이 터지고 얼마 있지 않아 엄마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감자처럼 움푹움푹 파이기 시작한다. 폭탄때문이라고 했다. 아픈 엄마를 보면 고양이 모모가 묻는다. "왜 폭탄을 떨어뜨리는거지?" "전쟁중이니까" "왜 전쟁을 하는 건데? "인간이니까?" "고양이는 전쟁을 안 해?" "고양이는 쓸데없는 짓은 안해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거든" -본문 p26- 이 세상에 전쟁을 하는건 인간뿐인걸까? 그렇다면 인간은 왜 자기도 죽고 마는전쟁을 하는걸까?
폭탄으로 인해 어린 딸을 백혈병으로 잃고 정신을 놓아버린 언니를 만나러 병원으로 가는 길에 모모는 떠돌이 고양이 모모에게 너희부모님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어떤 분이셨니?" "잘 몰라 하지만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였어"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건 내 부모님이셨기 때문이야" "단순항 고양이로군" "고양이는 다 그래" "그래?" "그에 비하면 인간은 넘 까다롭고 또 무모할 정도로 너무 깊이 생각하는 동물이지" -본문P44- 너무 까다롭고 무모할 정도로 생각이 깊은건 무엇때문일까? 손해보기 싫어서 아니면 상대를 배려하려고? 아니면 살아남기위해서...
"어른들이라고 다 이상한건 아니야 어른들은 원래는 좋은 사람들이야 코끼리는 착한 동물이야 좋아하는 것들을 깔아뭉개 버리는것은 코끼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인걸. 코끼리도 그것 때문에 슬플거야" "그런식으로 모든걸 용서해 버리면 안돼 나쁜 사람은 벌을 줘야 해 탱크나 나쁜 사람들을 짓밟도록 코끼리에게 부탁하면 되잖아 " 실갱이를 하며 모모와 비비는 떠돌이 고양이 모모에게 누구말이 맞는지 물어본다. "살아 있는 동물에겐 정답이란 없는 법이야" -본문P136- 세상엔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다는것을 오래전부터 느꼈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는것도 다수와 소소의 선택에 의해서 그렇게 규정지어진것이지 그것이 옳고그름은 아니라는것도 알아버렸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자기속에 키워가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병원에 도착한 비비는 탐스러운 떠돌이 고양이 모모의 탐스러운 털에 얼굴을 묻고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여태껏 모모가 여행했던 여러 곳의 냄새가 나 차가운 바다 냄새, 봄 언덕의 냄새, 누워서 했빛 쪼였던 지푸라기 냄새 추적추적 내리는 비 냄새...." 비비는 떠돌이 고양이 모모의 털에 배어 있는 세상 냄새를 맡으며 마지막 바램을 이야기 한다. "모모는 좋겠다. 여기저기 여행해 봐서.. 부러워. 나도 코끼리 등을 타 보고 싶었는데..." -본문 139- 비비의 마지막 소원을 읽었을 때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깊은 강보다 더 깊고 맑은 눈을 가진 어린소년 비비의 소원은 소원인채로 전쟁속에 묻혀갔다. 마지막까지 비비는 세상을그리고 어른을 의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작가는 그러고 싶어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렇다고 인정하기가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세상을 향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비에게 코끼리를 보여주고 세상이 살만한곳이라는 희망을말이다.
비비가 믿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세상이 좀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인간이 너무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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