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어른이되면괜찮을까요'(스티안 홀레 글.그림/이유진 옮김/웅진주니어)라는 그림책을 다시 만났다. 그림책을 보다보면 타인 때문에 같은 그림책이 다르게 보여지는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날 중 하루인것 같다.
일요일 아침 연수를 태우고 두포리에 들어왔다. 이번주만 두번째 방문이다. 어제 하루종일 내린 봄비를 가득 머금은 산과 들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고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는 상쾌하지 그지없는 날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숲으로 가는 아이를 바라보다 평화도서관으로 내려왔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맑고 곱게 웃으시며 맞이해주시는 진희샘과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림책정리에 한참이신 선생님이 발견하신 그림책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앞표지 제목으로 글쓰기에 잘 활용했던 책이기도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시선으로 다시 만난 그림책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넌 뭐가 두렵니???' '난 뭐가 두렵지???' 난.... 난.... '두려움'이라는 세글자를 들이미는 순간 여러가지 걱정과 불안이 두서없이 치고들어온다. 미래에 대한,, 건강에 대한,, 노후에 대한 등등등... 그런데 내가 가장 두려운건 '상실' 이라는걸 알아차린다. 여러가지 상실이 있겠지만 다른 상실들은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을것 같은데.... 연수를 상실 한다면 어려울것 같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이젠 내겐 정말이지 그만 경험하고 싶은 일이다. 내게 유일하게 허락되어진 한 아이마저 잃어버려야 한다면 내 인생은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것 같다. 난 이미 너무 많은 아이들을 보냈다. 언젠가... 나도 이 책 속의 세 할머니들처럼 하늘을 날아 북두칠성을 지나 커다란 문으로 들어갈테지.. 그 문 안쪽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나눈 만나겠지. 오랜시간 나를 기다리며 저희들끼리 재미나게 놀고 있었을 나의 작은 천사들을... 그 시간 전에는 현생의 내 아기와 행복하고 싶다. 더이상의 상실은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다!! 6살 가르만에게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할머니들에게는 두렵고 겁날 수 있다는걸 듣고 아이는 의아해한다. 나도 그랬던것 같다. 한겨울에 흰눈이 펑펑 쏟아지면 안마당으로 뛰어나가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하는 나를 보며 우리 외할머니는 아빠가 눈길에 출장다닐 것을 걱정했었다.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하지만 지금은...? 무릎통증으로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엄마를 뒤로하고 앞으로 저런다 성큼성큼 걸어내려가는 내 모습이 있다. 아이에게는... 젊은이에게는 즐겁고 당연한 일상의 조건들이 노인에게는 겁나고 주춤하게하는 장애물이 되어버리곤한다. 가르만의 아빠의 말이 맞다. 아마 세상에 겁나는게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따 연수를 만나면 물어보아야겠다. "아가야.. 넌 뭐가 겁나니?"
|